.essay

집이라는 공간이 주는 가치

김조알 2013. 6. 16. 11:16

아버지는 어릴 적 살던 하꼬방 집을 유난히 좋아했다.

형편이 나아져 아파트로 이사를 했지만

틈만나면 옛 집을 찾아 쓸고 닦고 수리했다.

오갈 때 없는 사람들을 위해 무료로 내놓기도 했지만

어느 순간 그런 사람들 마저 떠났고

집만 덩그러니 흉물로 남았다.

몇 년간의 설득 끝에 속만 썩이던 그 집을 처분했다.

'시원섭섭'하다지만

아버지의 얼굴에는 섭섭한 기운이 더 감돈다.


사진을 찍으면서

어릴 적 살던 동네를 한번씩 찾았다.

이 곳만은 개발이라는 단어를 피해 가는 듯

아버지가 추억하는 모습 그대로다.


생각해 보면 아버지가 그토록 집착했던 이 집은

우리 가족의 추억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다락방에서 형제들과 공부하던 그 시절부터

결혼을 해 첫 아이가 태어나고

마당에서 뛰어노는 자식들을 보며 미소짓기까지의 흔적들이

집안 곳곳에 남아 있는 것이다.


가족이 마땅히 추구해야할 가치보다는

시세차익이 더 우선시 되고

브랜드 아파트들의 너도나도 닮은 획일적 구조에서는

이러한 추억을 담아내기 힘들다.


적어도 집이라는 공간은 가족이라는 가치를 담을 수 있어야 한다.

아버지는 옛 집의 그런 가치를 그리워 했던 것 같다.


Contax T2 | Carl Zeiss Sonnar 38mm F2.8 | Kodak T-MAX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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