썬셋이 가장 아름다운 그 곳, 캄보디아 시하눅빌
기억되는 여행은 종종 변수라는 녀석을 수반한다.
내겐 지난 캄보디아 여행이 그랬다.
방콕에서 우연히 알게 된 마로코는
자신이 직접 지도를 그려가며 이곳 저곳을 여행하는 멋진 놈이었다.
적어도 그 놈에 대한 믿음이 깨지기 전 까진 말이다.
여행 경험이 풍부한 그는 내게 시하눅빌이란 곳을 소개한다.
물론 나는 못미더웠다.
그런 나를 눈치챘는지 기어코 같이 가서 확인 해보자며 특유의 어린 놈 객기를 부린다.
나는 불안 불안 하면서도 호기심 반 기대 반으로 그와의 동행을 결정했다.
그런데 도착하니 얘기는 달라진다.
무료숙식은 고사하고 상술이 판을 치는 휴양지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제서야 이 친구가 허당이란 사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요즘같은 세상에 손으로 지도를 그리는 것도 그렇고
이리 저리 떠돌며 주워들은 이야기를 철썩같이 믿고 여기까지 온 점도 그렇고
그런데 사람 참 간사하다.
언제는 멋지다 해놓고 이제와서 이러는 거 보면
마로코 탓만은 할 수 없다.
이건 5:5 쌍방과실이다.
하지만 그날 저녁
나는 나를 여기에 불시착케 한 마로코의 과실을 2:8로 덜어 냈다.
하늘이 붉게 물들다라는... 너무나도 상투적인 이 표현에
이토록 감탄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줬으니 말이다.
Canon EOS 30D | Tamron 28-75mm F2.8 | ISO 100 | Sihanoukville 2008
Canon EOS 30D | Tamron 28-75mm F2.8 | ISO 100 | Sihanoukville 2008
Canon EOS 30D | Tamron 28-75mm F2.8 | ISO 1600 | Sihanoukville 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