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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사진

집이라는 공간이 주는 가치 아버지는 어릴 적 살던 하꼬방 집을 유난히 좋아했다.형편이 나아져 아파트로 이사를 했지만 틈만나면 옛 집을 찾아 쓸고 닦고 수리했다.오갈 때 없는 사람들을 위해 무료로 내놓기도 했지만어느 순간 그런 사람들 마저 떠났고집만 덩그러니 흉물로 남았다.몇 년간의 설득 끝에 속만 썩이던 그 집을 처분했다.'시원섭섭'하다지만 아버지의 얼굴에는 섭섭한 기운이 더 감돈다. 사진을 찍으면서 어릴 적 살던 동네를 한번씩 찾았다.이 곳만은 개발이라는 단어를 피해 가는 듯아버지가 추억하는 모습 그대로다. 생각해 보면 아버지가 그토록 집착했던 이 집은우리 가족의 추억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다락방에서 형제들과 공부하던 그 시절부터 결혼을 해 첫 아이가 태어나고마당에서 뛰어노는 자식들을 보며 미소짓기까지의 흔적들이집안 곳곳에 남.. 더보기
[일상의 견해] #성숙이란? Contax T2 | Carl Zeiss Sonnar 38mm F2.8 | Kodak T-MAX 100 겉을 버리고 달달한 속을 채우는 과정 더보기
짐 덜어내기 필요와 불필요의 경계는 모호하다. 의미는 선명하게 대비되지만 그것을 규정하는 것은 개인의 몫이기 때문이다. 성철 스님의 무소유는 필요를 불필요로 규정하는 하나의 수행이다. 욕심을 버리고 주어진 것에 만족할 때 우리는 필요라고 믿어 왔던 것들에 대한 불필요를 경험하게 된다. 하지만 우리 대부분이 그리질 못하고 필요가 만들어 낸 불필요한 무게를 짊어진다. 항상 가지려고만 했지 버리는 것에 익숙치 못한 탓이다. 두고 온 아쉬움 보다 가져간 불편함이 더 큰 줄 알면서도 그렇게 매번 짐은 생각보다 무거워 진다. Contax T2 | Carl Zeiss Sonnar 38mm F2.8 | Kodak T-MAX 100 더보기
[일상의 장면] #조기교육 Contax T2 | Carl Zeiss Sonnar 38mm F2.8 | Kodak T-MAX 100 더보기
의도적 고립 한 무리의 개떼 같았다.주인의 손에서 멀어진 공을 보고 미쳐 날뛰는... 고등학교 체육시간체육 선생님이 옛다 하고 던진 축구공은그렇게 친구들을 개로 전락시켰다. 나는 종종 그 무리에서 이탈했다.구기 종목에 소질이 없었을 뿐더러굳이 나까지 가세해구린 땀냄새를 다음 수업시간에 더하고 싶지 않았다. 대신 고운 흙이 눕기 좋게 깔린 나무 그늘을 찾았다.30초의 안티쇽을 자랑하는 CDP와 PARENTAL ADVISORY 딱지가 붙어 있지만 아버지의 상의 없이 구입한 CD들을 챙겼다. 2PAC의 'Life goes on'을 들으며 눈꼬리 옆으로 지나가는 개미들의 관찰한다. 아니, 관찰이라기 보다는 그냥 시선에 담아둔다.그리고는 내 의지와 상관없는 생각들을 한다.쓰잘데기 없는좋지도 나쁘지도 않은해도 그만 안 해도 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