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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렌즈

그 어떤 우울한 단어는 배제된 계획도시, PAI(빠이) Pai, 치망마이에서 3시간. 끝도 없이 굽이치는 커브길에 속이 다 울렁거린다. 바이킹을 연속 3번 쯤 탔을 때 찾아오는 그 느낌이다. 시큼한 침을 계속 삼키는데 어제 저녁 메뉴를 연상시키는 미묘한 맛이 난다. 길도 그렇고 속도 그렇고 빠이로 향하는 길은 그리 유쾌하지 않았다. 여행의 피로도는 동선과 비례한다. 3박5일의 짦은 일정속에 짐을 한번 더 싸는 일은 괜한 욕심이라 여겼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니다 아니다를 외치면서 요동치는 차안에서 하루 삭힌 똠양꿍 맛을 음미하고 있는걸 보면 난 빠이의 무언가에 홀려 버린거다. 31-JAN-2014, REGGAE ON THE RIVER 내가 이 어메이징한 사실을 알았을 땐 이미 달력은 2월로 넘어가고 있었다. 가끔 명백한 사실을 두고도 이건 아니라고 떼쓰고.. 더보기
이태리 타올 추억 떠오르는, 후쿠오카 온천 여행 초등하교 2학년 때 여탕에서 같은 반 친구를 만난 그 날이 마지막이었다. 그 이후로는 여탕에서 한 층 더 올라가는 수고를 해야 했고 아버지의 거친 손 놀림이 주는 고통이 견뎌야 했다. 아버지는 힘 조절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 같았다. 눌러 붙은 냄비를 설거지 하듯 박박 때를 미는데 피하지방 윗층인 진피까지 떨어져 나가는 느낌이다. 아버지는 그렇게 매주 박피시술에 버금가는 때밀이를 해주셨다. 30분간의 시술이 끝나면 언능 찬물로 들어가 피가 나올 것만 같은 피부를 진정시킨다. 그게 트라우마로 남았는지 아파트로 이사를 하고 1일 1샤워를 하면서 대중목욕탕과의 인연을 끊었다. 가끔 찜질방을 가긴 했지만 때를 벗겨내기 위해 목욕탕을 찾는 일은 거의 없었다. 목욕탕의 존재를 잊고 살던 중 친구들과 큐슈의 온천.. 더보기
여름아 부탁해 덜 마른 빨랫감 같은 기분이 종종 찾아온다.우울증까지는 아니더라도 우울감정도는 될 것 같다.추운 겨울이면 더하다. 그래서 나는 여름을 기다린다. 한 여름날의 따끔한 햇볕을 쬐다보면 그 우중충한 기분마저 좀 개는 것 같아 견딜 만해진다. 등줄기가 따끔따끔 간질간질한 걸 보니 여름이 저만치 오고 있나보다.여름준비를 해야겠다. 냉장고에 맥주를 채우고스쿠터에 시동을 걸고나프탈렌 냄새에 재워 둔 여름 옷을베란다에 보기좋게 널어야겠다. 봄 여름 가을... 그리고 여름일년에 두 번쯤은 여름이 찾아 왔으면 좋겠다. Pentax Super Program | SMC Pentax-A 50mm F1.7 | Perutz Primera 200 Pentax Super Program | SMC Pentax-A 50mm F1.7 | .. 더보기
20년 만에 찾은 시골 풍경, 경북 상주 부모님의 법적인 이별은 재산분할만을 의미하는게 아니었다.10살이 되던 해, 나는 그렇게 시골을 잃었다. 아주 간혹 찾던 시골이었지만 나의 시골 풍경은 그 즈음이 마직막이 되었다. 외할머니가 죽기 전 손주들 얼굴 한번 보고 싶다는 말에20년만에 그곳을 다시 찾았다.어렴풋이 되살아나는 기억들이옛 추억인지 그럴 거라 생각하는 내 믿음인지 분간이 되지 않는다. 나만 훌쩍 커버린 줄 알았는데세월이 지난 시골은 더 늙어버렸다.그동안 시골은 내게 6시 내고향 으로만 만날 수 있는 특별한 것 이었는데이렇게 다시 재회를 하고 보니그 감회가 새롭다. 이것이 또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추억 아니면 믿음이 불러 일으킨 향수를 만끽하고 떠난다. Pentax Super Program | SMC Pentax-A 50mm F.. 더보기
당도 높은 밤공기 도서관에 들어서면 나는 특유의 냄새가 있다. 분명 악취는 아니다. 하지만 미간을 찌푸리기에는 충분하다. 공부냄새다. 가을날 익어가는 보리처럼 모두가 똑같이 고개를 떨구고 무언가에 열중한다. 한 자라도 더 넣으려는 노력에 머리는 달궈진다. 만화의 한 장면이었다면 떨군 뒷목 위로 모락모락 김을 그려 넣었을 거다. 공부냄새는 거기서 피어 오른다. 그렇게 하루종일 책과 씨름하다 도서관을 나서 시원한 밤공기를 맞이한다. 머리에 넣은 글자 수 만큼 책의 무게는 한결 가벼워진 느낌이다. 깊은 숨을 한번 들이 마신다. 달다. 매번 느끼지만 캠퍼스의 밤공기는 유독 달았다. 오늘이 어제가 될 무렵의 그 달달한 공기가 가끔 생각난다. Canon EOS 1NHS | Canon 50mm F1.4 | Kodak Portra NC..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