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코 GR과의 인연은 5년 전
터키 출장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캐리어를 펼치고 항상 하는 고민
카메라를 챙겨 갈 것인가 말 것인가
여기서 카메라는 챙기자니 짐이고
안 챙기자니 아쉬운 DSLR을 말한다.
그렇게 한참을 고민하던 중
친구의 GR 구입 소식을 듣는다.
며칠 전 나는 카메라 구입을 문의한 친구에게
선택형이 아닌 단답형으로 리코 GR을 추천했었다.
어쩌면 내가 만져보고 싶은 카메라를
친구를 통해 경험하기 위한 계획 했는지도 모른다.
아무튼 그렇게 친구의 GR은
비닐을 벗자마자 내 손에 쥐어졌고
터키 출장길에 같이 올랐다.
터키에서 찍은 사진은 다양한 모드로 촬영되었다.
첫 만남이다 보니 테스트에 가까운 형식이다.
사실 GR이 인기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포지티브 필름 이펙터였는데
써본 결과 주위 상황에 따라
너무 다른 결과물을 보였고
개인적으로는 뉴트럴 한
RAW 파일의 결과물이 참 좋았다.
그래서 지금까지 대부분의 사진들을
RAW 파일로 찍어오고 있고
약간의 후보정 작업을 더하는 수준이다.
리코 GR은 뭐랄까...
플라이급 선수가 미들급 이상의
묵직한 한방을 지닌 느낌?
그리고 그 한 방은 힘들이지 않고 쉽게 뻗는 느낌?
한 마디로 스트레스 없이 사진을 즐기며
기대 이상의 결과물을 얻을 수 있는
카메라라는 생각이 든다.
괜히 스냅 깡패라 불리는 게 아니었다.
출장 후 GR을 친구에게 반납했다.
다시 손에 쥐어진 DSLR은
무겁기만 하고 성가시게 느껴진다.
결국 중고장터를 뒤지기 시작하더니
기어코 중고를 하나 손에 넣는다.
그렇게 한 손에 쥐어진 GR은
다른 카메라들이 다 처분되는 상황에서도
꿋꿋하게 남아 지금까지도 생존한 카메라가 되었다.
GR2까지만 해도 기변의 핑계가 부족했는데
이번 3세대 GR은 그 이유가 충분해졌다.
첫 번째, 풀체인지 된 센서 & 손떨방
두 번째, 하이브리드 AF
세 번째, 더 작아진 크기
사실 첫 번째와 세 번째는
나에게 기변 사유가 되지 않는다.
좀 느리긴 해도 여전히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안겨주고
여기서 더 작아진다고 해서 그만큼 휴대성이
향상될 상황은 아니기 때문이다.
기변을 해야 할 유일한 이유가 있다면 역시나 AF
충분한 광량이 확보될 때는 그나마 괜찮지만
실내나 매크로 촬영 시에는
인내심 테스트를 하게 만든다.
GR3는 현재 오픈마켓 시작가가 120만 원이 넘는다.
스냅 깡패라지만 가격도 깡패스럽니다.
AF 하나 믿고 지르기에는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GR로 찍은 지난 사진들을 살펴보며
스스로에게 기변의 의사를 되물어본다.
결론은...
여전히 내 실력에 과분한 카메라이고
여전히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안겨주고 있다는 것
언젠가는 GR3를 손에 쥐겠지만
사악한 가격이 온순해지기까지
당분간은 나의 첫 번째 GR을 곁에 둘 듯하다.
까짓 거 조금 더 느리게 찍으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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