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에 대리님이 이사 때문에 걱정이 여간 아닌가 보다.
결혼을 하면서 전세를 얻었는데 불과 2년 만에 5천만원이 올랐단다.
말이 5천이지 1억을 주고 들어왔으니 고새 50%가 올랐단 얘기다.
아니꼽고 더럽지만 집주인은 큰 소리 칠만했고
대리님은 내집 마련에 이를 갈 만 했다.
요즘 분양되는 아파트를 보면 최소 3억은 있어야 하는가 보다.
3억이라... 월급쟁이 봉급으로 많이 저축해봤자 월 100만원 일 텐데
그러면 25년을 꼬박 모아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물가 상승률을 감안하면 정말 내집 마련은 평생 과업이자 꿈처럼 들리는 얘기다.
그래서 집은 둘 중 하나를 받아야 한다.
부모님께 물려 받거나 은행에서 대출을 받거나.
집 한채 물려주실 부모님이 계시다는 건
요즘 같은 세상에 참 고마운 일이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못하다.
결국 대출을 이용할 수 밖에 없는데... 이 대출이란게 참 무섭다.
돈을 갚기 위해 돈을 벌게 만들고 그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하게 만든다.
즉, 돈으로 교환 할 수 있는 다른 가치를 포기하게 만들고 노동의 댓가로부터 보람과 성취을 빼앗아가 버린다.
그렇게 거의 한 평생을 노예처럼 일하고 집 한채 덩그러니 남기는 거다.
하긴 핸드폰 하나를 사도 2년동안 노예가 되는 세상인데
내집 장만에 평생 노예가 되는 건 감수해야 할지도...
불현듯 모파상의 단편소설 '목걸이'가 떠오른다.
욕망이란 이름으로 빌린 목걸이 하나 때문에 평생을 개처럼 일해야 했던 그녀.
그녀의 인생을 송두리째 빼앗아간 목걸이는 결국 가짜로 밝혀 지고
아름다웠던 그녀는 고생의 흔적이 역력한 중년이 되어 버렸다.
어쩌면 우리가 목메는 내집 마련도 필요가 아닌 욕망에 의한 건 아닐지
그렇게 평생을 받쳐 남긴 집 한 채가 우리가 원했던 진짜 일지 한번 생각해봤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