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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공중전화를 지켜줘 평소 같았으면 무심코 지나쳤을 공중전화를 유심히 바라본다.올려진 수화기와 20원의 잔액이렇게 사용의 흔적을 보는 게 얼마 만의 일인지 모르겠다.지나간 세월은 과거를 낯설게 만들었고익숙했던 공중전화 마저 새로운 풍경이 되어 눈에 들어온다. 누군지 모르지만 왠지 그 모습이 상상이 되었다.공중전화를 쓸 수밖에 없는 급한 일이 있었을 테고전화번호를 외우고 다닐만한 가까운 사람에게 전화를 하지 않았을까?전화가 길어졌다면 철컹하고 넘어가는 동전 소리에마음이 조급해졌을지도 모른다.그러면서 동시에 주머니에 남은 동전을 만지작거렸을 것이다. 통화가 끝나고 그냥 수화기를 내려놓았을 법도 한데남은 20원을 버리지 않고 재발신을 눌러주는 매너를 발휘했다.적어도 공중전화 사용에 익숙했던 세대임이 분명하다.뒷사람을 위한 배려를 .. 더보기
우리에겐 옥상이 필요하다 가끔 친구네 옥상에서 고기를 구웠다.한 낮의 열기를 머금은 바닥은해가 져도 식을 줄 몰랐다.뜨끈한 바닥에 앉아 고기를 구으면그 연기가 뭉게뭉게 하늘까지 피어 올랐다. 달빛 아래 익어가는 고기는 어느새 핏기를 감추고 노릇노릇한 자태를 드러낸다.달빛을 쬐어 그런지 그 노르스름함이 한층 더 하다. 답답하면 옥상을 찾는다.머리칼을 휘날려 줄 바람과탁 트인 시야그리고 눈치보지 않고 담배 한대 꼬나물기에는 옥상만한 곳이 없다.몇 층계를 오르내리는 수고를 해야 하지만 그렇게라도 머리를 식히고 오면 잡히지 않던 일이 손에 잡히기 시작한다. 옥상에서 그녀는 더 이뻐 보였다.더 용감해지기도 했고더 솔직해지기도 했다.맥주라도 한잔하게 되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라는 상황이 주어 진다. 뉴턴의 작용 반작용처럼자석의 N극과.. 더보기
[일상의 장면] 노인과 바다 Pentax Super Program | SMC Pentax-A 50mm F1.7 | Perutz Primera 200 바다를 대하는 노인의 마음처럼 더보기
책과 친해지기, la FIL - la Feria Internacional del Libro 다독(多讀)에 대한 부담을 없애야 한다.독서량이 주는 포만감 보다는 한권의 책이 던지는 사색의 깊이에 배부르면 그만이다. 첫 장에서 시작할 필요도 없고마지막 장에서 끝날 필요도 없다. 한 글자 한 글자를 눈에 다 넣을 필요도 없으며안 읽힌다 싶으면 그냥 덮어두는 게 좋다.몇 일이 되었든 몇 년이 되었든 훗날 다시 그 책장을 넘기는 날이 온다. 양서만을 골라 읽지 않아도 된다.지나친 청결이 몸의 면연력을 떨어뜨리듯너무 좋은 책만 골라 읽는 것 또한 지적 밸런스를 무너뜨린다. 무엇을 얻기 위해 책을 펼치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그것 만큼 책 읽기가 피곤해 지는 것이 없다. 그저 읽고 남는 것이 있으면 주워 담으면 된다. 책을 읽는다는 행위보다는글이라는 활자의 집합체 책이라는 종이의 집합체와 먼저 익숙해져 본다.. 더보기
내 자신에게 길을 묻다, 앙코르 왓 더 이상 돌아다닐 수가 없었다. 논문이라도 쓸 마냥 꼼꼼히 살피던 열정은 내리 쬐는 7월의 태양에 타버린지 오래다. 생각보다 거대했던 앙코르 왓의 유적을 하루만에 다 보려던 욕심 탓이다. 중간쯤이나 갔을까... 사원을 둘러보고 다시 내리 쬐는 태양속으로 나서려니 도무지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영화 '나는 전설이다'에 나왔던 좀비가 이 심정 이었을 거다. 결국 나서기를 포기하고 근처 돌바닥에 앉는데 차가운 돌바닥이 기다렸다는 듯 열을 빨아들인다. 열전도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단위면적을 넓혀야 하는 법. 에라이, 모르겠다하고 그 상태로 벌러덩 누워 버렸다. 배낭을 베개삼고 모자를 커텐삼으니 절로 사색에 빠져든다. 20대의 가운데가 묻는다. 누구보다 너의 20대는 20대 다워야 하고 후회 없기를 소망했느데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