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의 Check-Out으로 부터 공항의 Check-In까지 늦은 밤비행기를 기다리는 애매한 시간만이 남았다.
떠나는 마음은 아쉬우면서도 내방의 침대가 그리워지는 심정도 애매하긴 마찬가지다.
그렇게 목적성과 방향성을 상실한 채 다낭 시내를 표류하다 들어선 곳이 바로 그 카페였다.
적당히 때가 탄 소파는 지친 여행객이 파묻히기 부담 없었고
빈티지한 소품들은 솜씨좋은 주인의 손길을 탄듯했다.
듬성듬성 있던 손님들마저 하나 둘 빠지고
제일 큰 소파가 오롯이 내 차지가 되었을 때 그녀가 피아노 앞에 앉았다.
말보로 레드를 꺼내 물 때 부터 알아봤지만
그녀는 커피를 타는 재능보다는 예술적 재능이 충만한 듯 했다.
실제로 노래를 하고 싶어 카페를 열었다는 그녀에게
커피맛이 왜 이렇냐고 따질 수는 없었다.
그녀는 노래 중간중간 내게 말을 걸었고
대답에 질문을 얹다보니 제법 많은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나는 그렇게 손님으로 들어와 그녀의 관객이 되었고
끝내는 친구가 되어 아쉬운 작별을 했다.
밤바다를 품은 도시는 언제나 옳다.
달빛 젖은 파도소리는 청량감을 더하고
은은한 조명으로 밝힌 거리는 낮과는 다른 활기를 띈다.
그리고 어디선가 흘러든 음악소리가 문장의 마침표를 찍듯 이 도시의 밤을 완성시킨다.
으레 있는 공연인지 아님 축제기간에 방문한건지 모르겠지만
뜻밖의 행운인건 확실하다.
무더운 밤 거리공연에 맥주가 더해진다는 것은 참된 공식이다.
다행이 베트남에서도 이 공식은 통하는 듯 노천에 PUB이 형성되어 있었다.
단, 맥주는 시원해야한다는 공식은 예외인듯 하다.
미지근한 맥주를 얼음으로 식혀 마신다.
시원해지는 만큼 밋밋해질 맥주지만 제법 괜찮은 연주덕에 간이 오른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이란 감흥이 느껴질 때 옆자리에 앉은 한 친구가 말을 건넨다.
영어인듯 베트남어 같은 밀당 엑센트에 되묻기를 반복하자
폴더폰을 꺼내 한 자 한 자 꾹꾹 눌러 담아 보여준다.
이래도 못 알아듣겠냐는 듯...
PARY FOR KOREA
뭐지?하고 의아했던 3초의 정적을 뚫고 가슴 한 켠이 뭉클해진다.
내가 떠난 지난해 5월의 대한민국은 그랬다.
한 없이 슬펐고 한 없이 미웠다.
어른들의 무책임과 정부의 무능함을 다시 한번 확인했고
그에 대한 댓가는 아까운 청춘들의 희생으로 치뤄야했다.
아직도 차가운 바닷속 어딘가에서 두려움에 떨고 있을 넋들에게
부디 이 이역만리 안남국 젊은 친구들의 진심어린 위로가 전달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다낭을 다시 찾은 건 일 년만이다.
친구가 되어준 카페 여주인은 가게를 정리했다.
사랑하는 반쪽을 찾아 결혼을 약속하게 되었고 지금은 호치민에 있다고 한다.
때론 변하지 말았으면 하는 것들이 있는데
그렇다고 그녀에게 노처녀 무명가수의 삶을 강요할 수는 없다.
하루키의 소설 '노르웨이의 숲'에서 말보로를 집어든 미도리에게 와타나베는 말했다.
말보로는 여자가 피는 담배가 아니라고...
하지만 내가 기억하는 그녀는 웨딩드레스에 말보로를 물어도 어울릴만한 멋진 여자다.
다낭은 그녀의 노랫소리를 상실했지만 그 이외의 모든 것이 그대로인 듯 하다.
여전히 날씨는 뜨거웠고
여전히 맥주는 미지근했으며
여전히 사람들은 따뜻했다.
나는 왜 다낭을 다시 찾았을까?
이런 저런 이유들이야 많겠지만 언제나 나를 따뜻하게 반겨준 그들이 그리웠는지도 모른다.
Canon EOS 5D Mark2 | Canon 70-200mm F4.0L | ISO 100 | @Da Nang 2014
Canon EOS 5D Mark2 | Canon 70-200mm F4.0L | ISO 100 | @Da Nang 2014
Canon EOS 5D Mark2 | Canon 70-200mm F4.0L | ISO 320 | @Da Nang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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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non EOS 5D Mark2 | Canon 70-200mm F4.0L | ISO 250 | @Da Nang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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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non EOS 5D Mark2 | Canon 70-200mm F4.0L | ISO 100 | @Da Nang 2014
Canon EOS 5D Mark2 | Canon 70-200mm F4.0L | ISO 4000 | @Hoi An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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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non EOS 5D Mark2 | Canon 70-200mm F4.0L | ISO 4000 | @Hoi An 2014
Canon EOS 5D Mark2 | Canon 70-200mm F4.0L | ISO 4000 | @Hoi An 2014
Minolta TC-1 | Minolta G-Rokkor 28mm F3.5 | Kodak ColorPlus 200 | @Ba Na Hills 2015
Minolta TC-1 | Minolta G-Rokkor 28mm F3.5 | Kodak ColorPlus 200 | @Ba Na Hills 2015
Minolta TC-1 | Minolta G-Rokkor 28mm F3.5 | Kodak ColorPlus 200 | @Ba Na Hills 2015
Minolta TC-1 | Minolta G-Rokkor 28mm F3.5 | Kodak ColorPlus 200 | @Hue 2015
Minolta TC-1 | Minolta G-Rokkor 28mm F3.5 | Kodak ColorPlus 200 | @Da Nang 2015
Minolta TC-1 | Minolta G-Rokkor 28mm F3.5 | Kodak ColorPlus 200 | @Hoi An 2015
Minolta TC-1 | Minolta G-Rokkor 28mm F3.5 | Kodak ColorPlus 200 | @Hoi An 2015
Minolta TC-1 | Minolta G-Rokkor 28mm F3.5 | Agfa Vista 200 | @Sunrise Resort Hoi An 2015
Minolta TC-1 | Minolta G-Rokkor 28mm F3.5 | Agfa Vista 200 | @Sunrise Resort Hoi An 2015
Minolta TC-1 | Minolta G-Rokkor 28mm F3.5 | Agfa Vista 200 | @Sunrise Resort Hoi An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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