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없이 스페인
유럽의 문턱 정도 되는 터키를 가보긴 했지만
유럽은 언제나 갈망하는 여행지 1순위였다.
그중에서도 스페인을 선택한 건 '스페인'이라는 이유 말고는 마땅히 떠오르지가 않는다.
언젠가 유럽 땅을 밟는 다면 응당 그 첫 발은 스페인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왔다.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DAY 1
오랜만의 장거리 여행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직항 노선을 선호하지만
개인적으로 비행시간이 6시간을 넘어가면 경유 항공을 찾게 된다.
이코노미석에 구겨진 몸을 잠시라도 쉬게 하고
몇 시간 환기된 공기를 들이마시면
직항으로 가는 피로도 보다 훨씬 덜하기 때문이다.
물론 경제적인 면도 한몫 거든다.
에어로플루트는 모스크바를 경유하는 러시아 항공이다.
모스크바에서의 커넥팅 타임도 적당하고
기내식도 나쁘지 않았던 걸로 기억된다.
다만 수면을 방해하는 승무원들의 수다는 최악이었다.
기내서비스를 준비하는 갤리(galley)에서 되도록 멀리 떨어진 좌석을 추천한다.
@Moscow 2018 | airport
DAY 2
부산에서부터의 출발을 생각하면 꼬박 24시간의 이동이었다.
어이없게도 공항에서 바르셀로나 시내로 오는 버스 안에서 카드 지갑을 잃어버려
호텔 체크인이 더 늦어졌다. (새벽 1시...)
다음날 아침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호텔 카운터 직원을 통해 버스 회사에 전화를 걸었는데
어제의 기도가 통했는지 수화기 넘어 긍정의 메시지가 전달된다.
다행히 어제 분실했던 지갑은 버스 회사에 보관 중이었고
사무실 주소를 받아 적어 물어 물어 길을 찾아 나섰다.
어제의 마음고생과 이동의 피로가 한 번에 가시는 듯하다.
낯선 땅에서 노숙자로 전락할 위기를 면했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관광객 모드로 들어가 본다.
바르셀로나는 가우디의 흔적을 쫓는 것만으로 도시의 절반이상을 둘러보게 된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구엘 공원, 구엘 저택, 까사 밀라, 까사 바트요 등이 그의 대표적인 건축물이다.
건축을 예술적 측면에서 바라보는 소견이나 식견이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건축물을 보고 있자면 피카소의 그림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아마도 그건 광기어린 천재들만이 선사할 수 있는 파격어린 시선일 테다.
@Barcelona Spain 2018 | Casa Batlló
SAGRADA FAMILIA
1882년 착공되어 현재까지 건설 중이다.
초고층 빌딩도 몇 년이면 뚝딱 지어내는 세상에서
그 더딘 과정이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
하지만 입구를 들어서는 순간 압도하는 그 분위기가
100년이 넘는 과정을 충분히 설명하는 듯했다.
그러고 보니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성당이었다.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라 종교를 상징하는 건물이다.
영적인 공간의 설계는 일반적인 공간의 설계와 확연히 구분된다.
모든 치수와 짜맞춤에는 의미가 있고
그러한 의미들이 모여 영적인 기운을 발산하는 것이다.
결국 성당이나 사찰 같은 소위 성스러운 공간의 설계는
단순한 건물의 모습이 아닌 그러한 기운을 그려내는 일이고
당연히 그 일은 건축가의 몫으로 남겨진다.
건축을 바라보는 심미안은 없지만
성당 입구를 들어설 때 그 압도되는 기운 탓에
가우디가 얼마나 대단한 건축가인지를 실감한다.
@Barcelona Spain 2018 | Sagrada Familia
@Barcelona Spain 2018 | Sagrada Familia
DAY 3
어제에 이어 오늘도 가우디를 쫓는 일정을 시작한다.
이른 아침 구옐 파크로 향했다.
공원을 오르는 길에 마주친
아기자기한 골목과 이국적인 집들이
가는 걸음을 한없이 지체시킨다.
오전을 온전히 구엘 공원에 할애하고
오후에는 고딕지구/엑삼플레/포트벨/몬주익 지구를 다 둘러보기로 한다.
@Barcelona Spain 2018 | Park Güell
@Barcelona Spain 2018 | El Gòtic
@Barcelona Spain 2018 | El Gòtic
@Barcelona Spain 2018 | Mercat de la Boqueria
@Barcelona Spain 2018 | Museum of the History of Catalonia
@Barcelona Spain 2018 | Maremagnum
@Barcelona Spain 2018 | Barceloneta Beach
@Barcelona Spain 2018 | Montjuïc
DAY 4
오늘은 특별한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여행을 계획할 때 한 지역에서 하루 정도는 공란으로 비워둔다.
혹시 아쉬웠거나 계획에 없던 무언가를 위한 일종의 보험 같은 하루를 남겨두는 것이다.
아내와 나는 이 하루를 온전히 고딕 지구에 내어 주기로 했다.
어제의 빠듯한 일정 속에서 아쉽게 스친 고직지구의 모습이 눈에 아른거렸기 때문이다.
보통 람블라스 거리가 메인 거리로 알려져 있어 많은 관광객들로 붐비는데
그 탓에 너무 상업적인 색이 짙어 아기자기한 매력이 떨어진다.
그에 반해 고딕 지구는 골목골목마다 개성 넘치고 다양한 상점들이 많아
발걸음 닿는 곳마다 소소한 재미를 안겨준다.
특히 밤에 문 하나를 간격으로 즐비한 bar들을 둘러보는 게 좋다.
@Barcelona Spain 2018 | El Gòtic
@Barcelona Spain 2018 | El Gòtic
@Barcelona Spain 2018 | El Gòtic
@Barcelona Spain 2018 | El Gòtic
@Barcelona Spain 2018 | El Gòtic
@Barcelona Spain 2018 | El Gòtic
@Barcelona Spain 2018 | El Gòtic
@Barcelona Spain 2018 | El Gòt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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