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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고치며 산다 #현관 feat. 물에 빠진 조각 벽지




나 혼자 치며 산다 #현관 feat. 물에 빠진 조각 벽지


집의 시작은 현관입니다.

첫 인상이 되기도 하죠.

반쯤 열린 현관문 사이로 이미 집 전체의 분위기를 느끼게 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더 신경써야 하는 곳이 현관입니다.

현관을 통해 메타포를 던지는 거죠.

왠지 이런 사람이 살 것 같다는 암시 같은거... 


(#%^*^%&*크흐 머래)








처음은 이랬습니다.

신발장과 벽지 이외에는 25년 전 태초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죠.

저 현관문은 왠지 퇴직을 바라보는 중년의 가장이 열면 잘 어울릴 것 같습니다.

자식들 다 키워 내보내고 단출한 삶을 시작했을 듯 합니다.








아파트의 인테리어는 그 시대의 유행이 있습니다.

이 당시에는 이런 중문이 유행이었나 봅니다.


왠지 와플이 생각 납니다.

25년 동안 현관을 나서면서 느꼈던 허기가 조금은 이해 되는 것 같습니다.








신발장을 떼어내니 속살이 드러납니다.

10살 때 이집에 이사왔을 때의 그 벽지 입니다.

감회가 새롭습니다.








신구의 만남이군요.

25년 전의 벽지와 10년전의 벽지가 교합을 이루었습니다.

셀프 인테레어를 하다보면 이런 순간을 종종 맞이 합니다.

손이 닿기 힘든 곳이나 안보이는 부분의 마감이 안된 곳이 많죠.


당황하지 말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이미 벌린 일이니까요.

수습도 셀프 입니다.








페인트 VS 시트지


개인적으로 시트지의 손을 들어주고 싶습니다.

고도의 집중력이 요하긴 하지만

결과의 만족도는 항상 페인팅을 능가합니다.

브러쉬로 특별한 효과를 주거나 조색이 필요한 작업이 아니라면 고민 없이 시트지 입니다.


,

성질 버리는 거 한 순간이니 불경이라도 틀어놓고 작업하기를 추천 합니다.








마하반야바라민다심경

관자재보살 행심반야바라밀다 시

....


역시 시트지를 잘 붙이기 위해서는

'Inter Peace'가 중요합니다.

잘 붙었네요.


이제 한 10년은 안 떨어지기를

현관문을 드나들 때 마다 기도 합니다.








현관 벽면은 조각벽지를 사용해 봤습니다.

물에 빠진 벽지라고

도배용 풀 없이 바로 쓸 수 있는 제품들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분명 설명서에는

시멘트벽이든 실크벽지든 잘 붙는다고 되어 있는데

25년 전 입체감이 살아있는 엠보싱 벽지를 너무 과소평가 한 것 같습니다.


이음새 부분이 계속 들떠서 보수작업이 필요하네요.

조각벽지를 깔끔하게 시공하려면

적어도 표면을 매끄럽게 작업한 후 시공을 해야 겠습니다.


나름 셀프 인테리어의 노하우를 하나 알려드리자면

이미 엎질러진 물은 주워 담을 생각도 말아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그냥 PASS








다른건 몰라도

필요한 자재 양은 기가 막히게 맞춰서 주문했었는데...

저 만큼을 남겨두고 조각벽지가 바닥이 났습니다.


다시 주문하자니

또 몇 일이 걸리겠고

당장 작업은 마무리 하고 싶고


방법을 고민해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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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고민을 하다 

모자란 벽지 부분은 그냥 페인트로 마무리를 해버렸네요.

검은색의 장점은 마감재가 달라도 거의 티가 나지 않는 다는 점

올록볼록 엠보싱 벽지는 시트지로 가리고 나머지는 페인트로 마감을 했습니다.


요즘 아파트와 달리 현관이 좁아

신발장은 과감히 치워버립니다.


앉아서 신발을 신을 수 있도록 깡통 스툴을 놓고

자주신는 신발만 사다리 선반에 수납합니다.


170 이하는 런던에 앉으면 되고

170 이상은 루트66에 앉으면 편한하게 신발을 신을 수 있습니다.

나름 세심한 배려 입니다.








바닥은 드레스룸을 꾸미고 남은 데코타일로 시공을 해줬습니다.

재단을 먼저하고 바닥에 맞춰 깔기만 했는데

굳이 본드 시공을 안해도 될 것 같아 본드작업은 생략합니다.


가끔 술 먹고 기분 좋으면 하는 문워크만 하지 않으면

타일이 밀려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보기 싫은건 가리는게 최선입니다.

전원차단 스위치와 복잡한 배전반이 있던 벽면에는 패브릭 포스터를 걸었습니다.


'LIVE YOUR LIFE'

멋대로 살고자 하는 저의 의지를 담았습니다. 








와플같이 생겨 식욕을 유발하던 중문은

검은색으로 페인팅을 합니다.


와플 생각은 더이상 나지 않는데

초콜릿이 생각나는 부작용이 있습니다.


그래서 중간 창에는 고방 유리 시트지를 붙여

식욕 감퇴와 사생활 보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습니다.


마지막으로 기존 스위치 현관등을 센서 조명으로 바꿔 줬네요.

센서 조명으로 바꾸면

가끔 허공에 손짓 발짓 하는 수고를 해줘야 합니다.


다들 그정도는 하고 살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