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의 밤과 바다... 그리고 낭만
#여수밤바다 #낭만포차 #삼합 #벽화마을 #카페추천
여수는 언제나 바다를 곁에 두었고
해와 달은 여전히 뜨고 지지만
여수 밤바다는 어느날 갑작스럽게 등장했다.
김춘수 시인의 시 '꽃'처럼
장범준이 여수 밤바다를 불러주기 전에는
여수와 밤과 바다는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했다.
여수를 찾은 건 그 노래가 나오고도
7년이 지난 어느 겨울날이 되어서다.
이제 여수는 밤과 바다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가 된 듯하다.
늦장을 부리며 천천히 출발한 탓에
여수는 이미 밤바다가 되어 우리를 반겼다.
여행은 낯선 곳을 걷는 일이고
그 걸음걸음은 언제나 설레기에
걷는 수고로움 마저 즐길 수 있는 일이 된다.
그래서 숙소인 오동도에서
낭만포차 거리까지의 1.5Km가
그리 멀게 느껴지지 않는다.
한적한 골목을 돌아
하나 둘 네온사인이 눈에 들어오고
멀리서 들려오는 버스킹 소리에
우리는 목적지에 가까워졌음을 알 게 된다.
여수는 어쩌다 낭만이라는 단어를 꿀꺽 삼켰을까?
장범준의 여수 밤바다를 다시 한번 떠올려 본다.
만약 장범준이 기타가 아닌 피아노를 쳤다고 해도
지금의 낭만이 유효할까?
생각해보면 낭만이라는 것은 기타 선율과 함께 할 때
하나의 화음처럼 스며드는 경향이 있다.
여수는 그렇게 장범준의 여수 밤바다에서
낭만이라는 월척을 낚아 올린 것이다.
딱히 저녁 메뉴를 정한 건 아니지만
이 거리를 들어서면서 메뉴는 정해져 있었다.
여기도 삼합 저기도 삼함을 외치는데
이방인에게 주어진 선택권은 없어 보인다.
낭만이야 포차가 더 있겠지만
너무 시끄러운 분위기는 피하고 싶어
상가 건물에 위치한 삼합 집을 택했다.
적어도 이 근방 식당에서 손님 대접받으려면
손님이 없는 곳으로 갔어야 했다.
아무리 불러도 대답 없는 종업원과
메인 재료인 낙지를 빼먹은 사장님
그렇게 우리의 첫 삼합 요리는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육수만 졸이는 신세가 되었다.
삼합을 제대로 먹은 건지 모르겠지만
배가 부른 건 확실했다.
소화도 시킬 겸 낭만포차에서 고소동 벽화마을로
이어진 길을 따라 걸어 보기로 한다.
어느 순간부터 전국적으로 생겨나기 시작한
벽화 마을은 낙후된 마을에 생기를 불어넣기도 했지만
기존 주민들의 프라이버시 문제나
상권 형성에 따른 여러 가지 분쟁을 낳기도 했다.
간혹 눈에 띄는 현수막을 보면서
이 곳 역시 그러한 진통을 겪고 있음을 알게 된다.
하나의 성공사례가 마치 정답인양
똑같이 찍어내는 정책이 아쉬운 시점이다.
포차 거리에서부터 유독 눈에 띄던 카페가 있었다.
La Mer, 바다라는 프랑스어 이름을 가진 카페였다.
카페의 구조가 특이하다.
하나의 카페인 줄 알았는데 천천히 둘러보니
몇 개의 카페가 비슷한 느낌으로 지어진 형태다.
옥상 테라스에서는 여수 밤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이 배경을 뒤로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약간의 담력이 필요하다.
근처에 눈길을 끄는 카페들이 많아
커피라도 한 잔 할까 했지만 클로징 시간을
앞두고 있어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고소 3길을 따라 걷는다.
아기자기한 동네를 안으로 품고
여수 밤바다를 내려다보는 멋진 길이다.
자본주의는 멋진 길을 가만히 놔두는 법이 없다.
상권은 확장하고 경쟁은 치열해진다.
그래도 아직 한 켠에는
텃밭을 가꾸며 옛 모습을 간직한 집들이 남아 있다.
향수라는 감정은 과거의 경험을 필요로 하지만
그런 경험이 사라지고 있는 지금
예스러운 풍경 그 자체가 향수를 자아내기도 한다.
걷다 보니 불렀던 배가 어느새 홀쭉해졌다.
숙소까지는 아직 한참을 더 가야 한다.
하지만 아내와 걷는 이 길이 즐겁기만 하다.
걷기만 해도 좋은 여수의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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