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도 매력 발산, 여수
#스카이타워 #하멜등대 #여수당 #케이블카 #골목길투어
보통의 휴일이었다면 잠결에 오전을 날려 보냈을 텐데
뜻밖의 맨 정신으로 여수의 아침을 맞이했다.
뜻밖의 한상차림으로 속도 든든히 채운다.
내친김에 여수 엑스포의 흔적을 따라
아침 산책도 감행해본다.
7년이 지난 지금 화려했던 모습은 뒤로하고
시설들은 녹이 슬고 상처 투성이가 되었다.
빅오쇼는 작년 11월까지
정상 운영된 것으로 확인되는데
홈페이지를 보니 올해 스케줄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작년과 동일하다면 3월 말부터 11월 중순까지
오픈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수 엑스포의 규모를 얕잡아 봤던 걸까?
가볍게 시작한 산책 코스가
편도 2Km의 거리가 될 줄은 몰랐다.
오전 산책의 목적지였던
스카이타워 전망대가 눈 앞에 보인다.
다시 돌아갈 일이 걱정이지만
커피라도 한 잔 하며 쉬었다 가기로 한다.
스카이타워에서는 360도로 개방된 통유리를 통해
남해안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유리창에는 랜드마크에 대한 설명이 붙어 있어
지금 보는 풍경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전망대에서 봤던 등대를 보고
직감적으로 하멜등대라 판단했다.
이왕 여기까지 온 거 등대까지 보기로 하고
방파제 길을 유유히 걸었다.
등대 주변은 예상외로 한산했다.
인증샷을 찍는 관광객 무리를 예상했는데
몇몇 낚시꾼들만 세월을 낚는 고요한 풍경이다.
하멜등대는 관광지라기보다
그냥 낚시 포인트 정도로 이해해야 할 듯하다.
방파제에 가둔 바다는 잔잔하다 못해 미동조차 없었다.
마치 물 위를 걷는 기분으로 왔던 길을 되짚는다.
조금 더 돌아가더라도 안 가본 길을 걷기로 했다.
케이블카 자산공원 탑승장을 지나 터널을 통과해
하멜로를 걷다 보니 하멜 전시관이 나온다.
무료로 운영되는 작은 규모의 전시관이지만
꽤 짜임새 있는 구성을 갖췄다.
어릴 적 한 번쯤은 읽어 봤을 하멜 표류기의 줄거리가
띄엄띄엄 떠오르며 두뇌회전을 일으킨다.
둘러보는 것을 추천한다
그리고 전시관을 나오면
바로 이 곳에 그 유명한 하멜등대가...
역시나 많은 사람들이...
그제서야 이상하게 쳐다봤던
낚시꾼들의 눈빛이 이해된다.
그제서야 관광객이라고는
우리밖에 없었던 상황이 이해된다.
때론 직감보다 안내 책자를 찾아 볼 필요가 있다.
여수 신항 방파제에서부터 이순신 광장까지
어림잡아도 5Km가 넘는 거리를 걸었다.
지금 당장 먹을 걸 손에 쥐어주지 않으면
아내가 극도로 예민해질 타이밍이다.
한계를 실험해서는 안된다.
광장에서 사람들이 하나 같이 손에 쥐고 있는
바게트 빵을 보고 직감적으로 맛집의 흔적을 알아챈다.
사실 이미 소문을 듣고 왔던 터라
이번 직감은 믿을만하다.
여수당의 대표 메뉴는
바게트 버거와 쑥 아이스크림
이 둘을 세트메뉴로 주문할 수 있다.
배가 고팠던 탓도 있겠지만
처음 맛보는 바게트 버거는 군더더기 없이 맛있었다.
한입 베어 문다면
누구나 음~ 하고 고개를 끄덕일 맛이다.
이거 참 존.맛.탱.이다.
배를 채우고 나니 다시 걸어 볼만해졌다.
이순신 광장을 뒤로하고 고소동 골목길로 접어든다.
빛바랜 담벼락들이 빚어낸
좁은 골목길이 마치 미로처럼 느껴졌다.
보통 길이라는 것은 방향성을 가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예측을 하고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하지만 골목길은 이러한 방향성을 종종 무시한다.
몇 번을 꺾고 돌아 그 방향성을 상실하게 만든다.
그러면서도 항상 목적지로 가는 단서는 남겨둔다.
그래서 골목길은 언제나 흥미롭다.
흥미로운 골목길을 헤집고 다니다 보니
어제 지나친 카페를 다시 만났다.
한번 왔던 길이라고 익숙한 동네처럼 느껴진다.
조명발 발하던 저녁 풍경도 좋았지만
낮이라고 그 매력이 전혀 바래지 않는다.
여수의 마지막은 케이블카가 되었다.
가능하다면 해 질 녘 시간대를 맞추고 싶었지만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여정을 생각해
시간을 앞당길 수 밖에 없었다.
여수해상케이블카는 자산공원과 돌산공원을
잇는 코스로 편도 13분 정도가 소요된다.
돌산공원 탑승장에는 무료주차장이 있지만
자산공원 탑승장은 인근 공영주차장을 이용해야 한다.
참고로 오동도 공영주차장은 항상 붐비니
인근 다른 주차장을 이용할 것을 권한다.
케이블카를 여행의 마지막 일정으로
미뤄두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여수 낭만의 중심 포차 거리
골목골목을 누볐던 고소동 벽화마을
한참을 찾아 헤맨 하멜등대
케이블카의 속도에 맞춰 천천히 풍경을 감상하니
1박 2일의 여수가 썸네일처럼 정리되는 느낌이다.
다시 자산공원 탑승장으로 돌아와
여수의 마지막을 담았다.
노래로만 떠올리던 여수가
이제는 추억이 되어 남겨졌다.
한동안 이 여운이 쉽게 가시지 않을 것 같다.
그래서일까?
집으로 돌아가는 와중에도
여수 밤바다, 그 노래가 계속 입가에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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