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찾아 떠난 창녕 우포늪
둘레길 트레킹
최근 미세먼지 때문에 계속 미루다
오랜만에 찾아온 미세먼지 좋음 소식에
바로 짐을 싸 떠납니다.
목적지는 '창녕 우포늪'
언젠가 사진으로 본 우포늪의 노을을
두 눈에 꼭 담고 싶었거든요.
차로 오시는 분들은
우포늪생태관 주차장을 찍고 오시면 됩니다.
따로 매표소나 출입구가 있는게 아니라서
이렇게 오시면 바로 이정표가 눈에 들어옵니다.
뭐, 우포늪으로 바로 직진하죠.
이제 본격적인 둘레길 트레킹을 시작합니다.
보통 제1전망대 방향으로
왼쪽으로 돌아 나오는 코스입니다.
결국 한 바퀴 돌아 제자리니
역으로 진행하셔도 상관없습니다.
일단 저희는 정석대로 왼쪽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우포늪은 다양한 동식물의 보고로도 유명하죠.
처음 만난 친구는 왜가리입니다.
이 친구는 저희 집 앞 강변에서도
항상 저러고 서있는 친구라 익숙하네요.
초입에서 만나는 왕버들나무입니다.
왕버들나무는 4월에 잎과 꽃이 같이 핀다고 합니다.
자전거 타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2인, 3인 자전거들이 많이 보이는데
근처에서 대여가 가능한 듯합니다.
점점 깊이 들어갈수록
람사르 습지다운 면모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우포늪에만 오면 엄청난 새 떼를 볼 줄 알았는데
이 친구들 생각보다 만나기가 쉽지 않네요.
참고로 가는 길에 저 나무를 보면
다들 저 기둥에 누워보게 됩니다.
첫 번째 징검다리를 건넙니다.
징검다리를 건너면 곧 목포제방이 나옵니다.
여기서 고민을 했죠.
목포제방을 건너 숲탐방로3길로 가로지를지
아니면 우만제방까지 크게 둘러갈지...
거리는 2.4km 정도 차이가 나네요.
주변에 물어볼 사람도 없고
저 샤페이 친구가 눈길을 주길래
저 친구 쪽으로 발길을 정했습니다.
알고 보니 이 친구 나름 셀럽이네요.
TV동물농장에 나온 엄마 샤페이 천둥이라고 합니다.
불러도 별 반응이 없길래
자세히 보니 귀가 주름에 박혀있음. ㅋ
결국 우만제방으로 크게 도는 코스를 걷습니다.
목포(나무벌) 왼쪽 편으로는 작은 마을들이 있는데
소박한 모습의 집들이 자연의 일부인 듯 조화됩니다.
주 탐방로인 우포(소벌)를 벗어나
목포(나무벌)로 들어오니
못 보던 새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나마 사람의 발길이 덜한 곳이라
새들이 이 곳에 모여있었던 듯합니다.
청둥오리 한쌍입니다.
저도 이번에 알았지만
수컷은 광택이 나는 녹색머리를 하고
암컷은 몸 전체가 밝은 갈색이라고 합니다.
나름 200미리 렌즈를 챙겨
당긴다고 당겼는데도
멀리 있는 새를 제대로 담기에는 역부족
국립환경과학원에서 발표한
'우포늪의 조류'라는 자료가 있습니다.
그 자료를 참고해
새 이름을 맞춰보는 것도
우포늪 트래킹을 즐기는 한 방법입니다.
근데 사진을 봐도 잘 모르겠네요.ㅎ
암튼 이 친구들은 큰기러기로 추정? 됩니다.
우포늪에는 크고 작은 제방들이 많은데
이렇게 나무들이 터널을 만들어
영화의 한 장면처럼 연출되는 곳들이 있습니다.
이곳이 바로 사진 명당
제 눈썰미가 맞다면
이 친구는 멸종위기 1급인
황새입니다.
뭐, 아닐 수도 있고요...
푸른우포사람들 건물을 지나니
사진동호회 회원들로 보이는 분들이 눈에 띕니다.
이곳이 출사 포인트임을 직감하고
저도 살짝 자리를 잡았죠.
알고 보니 이곳이 일몰 포인트
이번 트래킹의 목적이
우포늪의 일몰을 보는 것이었는데
이렇게 목표를 달성하게 되네요.
일몰 사이로 새가 멋지게 날갯짓을 해줬음 했는데
다들 귀가 중인지 산으로 날아갑니다.
이 정도 일몰이면
잠깐 정신줄 놓고 가도록 하죠.
노을에 넋 놓고 있다
현실 자각을 하게 됩니다.
이제 곧 어두워질 텐데
아직 남은 길이 한참이라는 것
다시 부지런히 걸어야 합니다.
소목나루터에서는 사진으로만 보던
장대 나룻배를 볼 수 있었습니다.
셔터를 누르게 만드는 제방 뚝길
이제 산 너머 하늘도 붉게 타들어가네요.
중간에 우포늪 생태체험장이라고 이정표가 나와
이제 다 왔구나 하고 안도했는데
좀 이상하다 싶어 다시 확인하니
우리가 시작한 지점은 생태체험장이
아니라 우포늪생태관입니다.
헷갈리시면 안됩니다.
아직 3Km 정도가 더 남았습니다.
좌절할 새도 없이 방향을 고쳐 잡아
파워워킹 들어갑니다.
인적이 끊긴지도 오래
이 시간 이 길을 걷는 사람은
아내와 저 둘 뿐인 듯
드디어 대대제방의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저 제방만 건너면 우리가 처음 시작점에서 봤던
그 이정표가 나오게 됩니다.
대대제방에 올랐을 땐 완전히 어둠이 깔려
카메라를 넣고 조용히 걷기에만 집중했습니다.
달빛에 의지해 대대제방을 걸으니
TV에서 봤던 산티아고 순례길이 생각납니다.
이렇게 온전히 걷기에만 집중하는 게 얼마만인지...
고요한 정적 속에 신발이 흙을 내딛는 소리만 듣게 됩니다.
총 4시간의 트래킹 여정이었는데
3월의 우포늪이 가장 볼 게 없다지만
의외로 한적하고 쓸쓸한 이 분위기가
한걸음 한걸음 집중할 수 있어
걷기에는 한없이 좋았습니다.
길도 너무 좋아
힘들이지 않고 걸을 수 있었네요.
곧 녹음이 짙어질 텐데
우포늪 트래킹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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