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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똑딱이

홍콩여행시 챙겨야 할 것들... 괜찮은 옷 한 벌을 챙겼어야 했다. 땀에 쩔어 색 마저 누렇게 변한 셔츠를 입고 한참을 망설였다. "설마 그 몰골로 여기 들어오려는건 아니겠지?" 하는 클럽 앞 스탭의 미심쩍은 시선이 느껴졌다. 나도 오늘 내가 얼마나 초라한지 안다. 원래 이런 놈 아니니깐 그만 눈치 좀 줬음했다. 지갑을 두둑히 챙겼어야 했다. 홍콩은 지갑을 여는 만큼 즐거워 지는 곳이다. 하루 일정의 경유지라는 생각에 너무 인색하게 굴었다. 양손 가득 쇼핑백을 들고 북경오리를 뜯지 못한게 한이 된다. 두 번의 경험 두 번 다 목적지가 아닌 경유였다. 캄보디아 배낭 여행길에 한 번 싱가폴 출장길에 한 번 그렇게 언제나 홍콩은 아쉬움으로만 남아 있다. Canon EOS 30D | Tamron 28-75mm F2.8 | ISO 400 | H.. 더보기
생각의 환기 FAN은 멈춘지 오래다. 고여 있던 공기는 무색무취의 자아를 상실한 듯 탁함 속에 쿰쿰함을 가득 머금고 있다. 열림보다 닫힘이 익숙한 창문은 좀 처럼 움직이지 않아 여는 방향을 의심케 한다. 이 창문은 여는점을 가진 듯 하다. 물이 끓기 시작하는 비등점의 그것 처럼 다행히 나는 여는점 이상의 힘을 가졌고 창문은 고통스러운듯 신음소리를 내며 열린다. 도시의 소음이 먼저 통과하고 신선한 공기가 그 뒤를 따른다. 쾌쾌묵은 공기가 희석되고 선명한 시야가 들어온다. 생각이 멈춘지 오래다. 내 가슴에 녹슨 창이라도 내어 활짝 열어 젖히고 싶다. 생각의 환기가 필요하다. Contax T2 | Carl Zeiss Sonnar 38mm F2.8 | Kodak Potra NC160 더보기
여행사 직원이 말하는 여행과 출장 사이, 싱가폴 사람들은 착각을 한다. 여행사는 여행을 보내는 곳이지 여행을 하는 곳이 아닌데 여행사에서 일을 한다고 하면 "여행 많이 다니시겠어요?" 라고 되묻는다. 그럼 나는 그저 멋쩍게 웃을 뿐이다. 물론 출장이라는 기회가 주어진다. 하지만 그건 말그대로 출장이다. 여행에 대한 아쉬움을 어느 정도 달래주기는 하지만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 아쉬움을 동시에 남기기에 결국 본전치기다. 나도 여행을 하고 싶다. 내 돈 주고 내 연차 써서 오롯이 내 여행을 하고 싶다. Contax T2 | Carl Zeiss Sonnar 38mm F2.8 | Kodak Potra NC160 | Singapore 2013 Contax T2 | Carl Zeiss Sonnar 38mm F2.8 | Kodak Potra NC160 | Singap.. 더보기
[일상의 만남] A collector Contax T2 | Carl Zeiss Sonnar 38mm F2.8 | Kodak T-MAX 100 잊혀진 관심이라고 쉽게 정리하지 마세요.철지난 유행이 다시 돌아오듯한 때의 관심도 언젠가 다시 돌아옵니다.그때 다시 흥미를 붙이면 됩니다.그때까지 간직하세요. 수집이란게 그런 겁니다. 더보기
집이라는 공간이 주는 가치 아버지는 어릴 적 살던 하꼬방 집을 유난히 좋아했다.형편이 나아져 아파트로 이사를 했지만 틈만나면 옛 집을 찾아 쓸고 닦고 수리했다.오갈 때 없는 사람들을 위해 무료로 내놓기도 했지만어느 순간 그런 사람들 마저 떠났고집만 덩그러니 흉물로 남았다.몇 년간의 설득 끝에 속만 썩이던 그 집을 처분했다.'시원섭섭'하다지만 아버지의 얼굴에는 섭섭한 기운이 더 감돈다. 사진을 찍으면서 어릴 적 살던 동네를 한번씩 찾았다.이 곳만은 개발이라는 단어를 피해 가는 듯아버지가 추억하는 모습 그대로다. 생각해 보면 아버지가 그토록 집착했던 이 집은우리 가족의 추억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다락방에서 형제들과 공부하던 그 시절부터 결혼을 해 첫 아이가 태어나고마당에서 뛰어노는 자식들을 보며 미소짓기까지의 흔적들이집안 곳곳에 남.. 더보기